美 월가, 역대급 마진콜 사태에 글로벌 투자은행들 '휘청'

아케고스캐피탈, 투자실패→마진콜→디폴트→블록딜 연쇄파장
월가 블랙리스트 '빌 황'에 차입거래 계약한 글로벌투자은행들
JP모건 "레버리지 5~8배 감안하면 최대 110억달러 손실 가능성"

임명연 기자 승인 2021.03.31 17:30 의견 0

미국 월가에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총 190억달러(한화 약 21조원)의 대규모 블록딜이 일어났다. ⓒPixabay

[AllthatRICH=임명연 기자] "지옥행 열차의 종(벨)이 울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는 마진콜 사태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미국 월가에서 발생했다.

마진콜(Margin Call)은 금융시장에서 선물거래를 중개하는 회사가 당일 결제된 투자금을 정산해 선물가격변동에 따른 손익을 증거금에 반영하고, 손실액 중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 증거금을 채워넣아달라고 고객에게 요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투자실패로 인해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증거금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고객이 담보한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미국 월가에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총 190억달러(한화 약 21조원)의 대규모 블록딜이 일어났다.

현지에서는 증권사들이 아케고스캐피탈에 증거금을 추가요구하자 스와프게약을 맺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손실 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량으로 반대매매하면서 대규모 마진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이날 하루에만 아케고스로 인한 반대매매가 약 300억달러(한화 34조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마진콜 사태가 발생하자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정부의 금리인하 사태를 촉발시킨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사태가 재발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미국 금융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아케고스와 관련된 증권사 담당자들을 긴급 소집해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 아케고스 투자실패가 대규모 반대매매 불러

26일 미국 뉴욕증시는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대형 미디어와 중국 기술주 등을 중심으로 190억달러(한화 21조원) 규모의 블록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350억달러에 달하는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단숨에 사라졌다.

블록딜은 대량의 주식을 약속된 가격에 시간외거래방식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날 골드만삭스 창구에서 3차례에 걸쳐 106억달러 규모의 블록딜이 있었으며, 모건스탠리 창구에서도 2차례의 블록딜이 진행됐다.

30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비아콤CBS 등 미디어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마진콜 사태 이후 급격하게 폭락했다. ⓒ CNBC 유튜브 캡처

천문학적 규모의 대량거래가 발생하자 시장은 곧바로 무너졌다. 비아콤CBS와 디스커버리가 하루에 27%나 폭락했으며, 중국 기업인 바이두와 텐센트도 전주 대비 20~30% 가까이 주가가 급락했다.

대규모 블록딜의 원인은 곧바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내부자거래 혐의로 '월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캐피탈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글로벌투자은행(IB)들과 대규모 차입거래 계약을 맺은 후,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돈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를 받았던 중국 기술주들이 급락하면서 IB들이 아케고스에 마진콜(증거금 추가)을 요구했고, 아케고스는 자금마련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IB들이 대규모 블록딜을 진행해 아케고스 소유의 주식들을 강제로 처분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IB들이 아케고스의 주식을 대량 반대매매했음에도 대출원금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아케고스와 차입거래 계약을 맺었던 IB들이 대규모 손실을 떠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 아시아 최대 펀드 운용했던 월가의 블랙리스트

미 현지 언론들은 이번 대규모 마진콜 사태를 일으킨 아케고스캐피탈의 대표인 빌 황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빌 황은 이른바 한국계 미국인이다. 캘리포니아 UCLA를 졸업한 후 카네기멜론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지난 2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대규모 마진콜 사태를 일으킨 아케고스캐피탈의 빌 황 대표. ⓒ CNBC 유튜브 캡처

빌 황이 금융권과 인연을 맺은 곳은 한국이다. 현대증권(현 KB증권)과 홍콩페레그린증권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증권맨이 삶을 살던 그는 1996년 헤지펀드 거물인 줄리언 로버트슨 타이거펀드 대표를 만나며 글로벌 투자자로서 진화하게 된다.

이후 2001년에는 타이거펀드의 자금지원을 받은 타이거아시아펀드를 설립했다. 당시 50억달러 이상을 운용했던 타이거아시아펀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로 평가받았다.

투자자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던 그는 2012년 월가의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히게 된다. 중국은행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유죄판결과 함께 4400만달러 배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빌 황은 타이거아시아펀드를 폐쇄하고 새롭게 아케고스캐피탈을 설립했다. 아케고스는 부유층들의 자산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형 헤지펀드다. 운용자산 규모는 약 100억달러 추정된다.

◆ 탐욕과 부실규제가 낳은 참사

월가에서는 이번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에 대해 탐욕과 미비한 규제가 만들어낸 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헤지펀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거래기록과 회사 상황등을 등록해야 하는 의무법이다. 하지만 패밀리오피스 헤지펀드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글로벌IB들은 과거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그와 차입거래 및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빌 황의 아케고스가 벌어주는 수수료 이득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내부규정을 바꾸면서까지 빌 황을 블랙리스트에서 지우기도 했다.

IB들의 탐욕은 결국 대규모 손실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은행인 크래딧스위스(CS)는 지난 29일 "익명의 미국 헤지펀드 고객이 마진콜 불이행해 1분기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금융사인 노무라증권 역시 "미국 고객사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자회사 중 한 곳이 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규모 마진콜 사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주가변화. ⓒ CNBC 유튜브 캡처

현재까지 외신들이 파악한 아케고스 거래 IB들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CS, UBS, 노무라증권 등이다.

◆ 월가, 강력한 규제책 나올까

블룸버그통신은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당초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의 손실액이 25억~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아케고스의 레버리지가 5~8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00억달러(한화 11조3200억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마진콜 사태와 관련 강력한 규제책을 준비 중이다.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광범위하게 규제를 피한 헤지펀드, 불투명한 파생상품, 개인간 암거래, 높은 레버리지 등이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투명하고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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